[중국관련서적] 중국천재가 된 홍대리의 그저 꽌시예찬
홍대리 시리즈는 출판사 다산라이프의 시리즈물(?)이다. 각 분야의 자기계발서적을 ㅇㅇ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이름으로 통합해서 만든 것인데, 주인공 홍규태의 이야기인 소설로 승화시켜서 쉽게 읽히도록 했다. 기획, 재테크, 환율, 주식, 골프, 일본어 등 총 25권으로 범위가 방대하다.
그도 그럴것이, 매 책마다 작가는 각기 다른 각분야의 전문가들이니까. 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캐릭터로 소설을 써서 이야기를 담았을까 신기한데, 아마 작가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출판사에서 홍대리 소설로 탈바꿈하도록 가이드를 준 게 아닐까 싶다.
사실 그런 내용을 알고 집어든 책은 아니었고, 중국 천재라는 말이 대단한 자신감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얼마나 중국을 잘 소개해놨는지 볼까? 라는 심정이었다. 게다가 2권으로 되어있는 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미리 알았다면 안펼쳤을수도 (...)
조금은 거북한 중국어휘 번역
한국에서 중국관련 뉴스를 보면 어떤 것은 한자 그대로 독음을 하고 어떤 것은 중국어 발음을 그대로 써놓는다. 예를 들어 샤오미는 듣기에 어감이 괜찮으니까 중국발음대로 쓰는데, 사람 이름같은건 대부분 독음으로 쓴다. 성룡(청롱), 우효광(우샤오꽝) 등.. 차라리 한국에서 사용하는 단어로 바꿔서 쓰면 안되는걸까?
80년이후 출생자를 80后라고 하는데, 한국말로 80년대생이라고 하면되지 굳이 빠링허우라고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알아듣지도 못할 글자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이 책에서도 그런 용어들이 종종 등장해서 약간 오글거릴때가 있었다.
중국문화소개 = 중국에 대한 선입견
초반에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상당히 불쾌하고 답답하다. 그도 그럴것이 중국 천재가 된 홍대리는 처음에는 중국인의 국민성을 얕잡아보고 똥고집만 부리다가 사업에 난항을 겪는데,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국이라면 색안경끼고보는 그런 유형의 캐릭터를 가져다놓았다. 즉 이 책은 그렇게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의지가 없는 홍대리가 차츰 변하면서 성공한다는 줄거리이다.
그런데 중국문화를 이해한답시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보다보니 또하나의 선입견이 아닌가 싶었다. 중국인은 당하면 반드시 복수하고 은혜를 입어도 꼭 갚는다던지, 중국사람은 딱 시킨것만 하니까 자세한 업무지시를 해야한다던지, 뒤통수협상의 달인들이라 모호한 답변에 속지말고 마지막까지 계약서를 잘 확인해야 한다던지... 이런것들.
저런 것들은 대부분 한국이나 다른 어느나라에서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별거 아닌 일로 보복살인하는 경우도 있고, 신입사원이 오면 시킨것만 하는 사람과 찾아서 하려는 사람이 각각 있으며, 계약시 정확하게 확인 또 확인해야하는 것은 사업에서의 기본자세가 아닌가?
또한 중국문화라고 소개하는 부분들이 예시도 부족하다. 상사에게 대놓고 핀잔을 당한 직원이 자살한 사례가 있다 → 중국사람은 체면을 중시하니 면전에서 윽박지르면 안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사의 폭언에 홧김에 투신한 사례를 들은적이 있다. 아니 저런 사례 하나가지고 중국인은 어떻다라고 하는거 자체가 중국에서 가장 피해야 할 빠지기 쉬운 함정 아닌가?
중국문화라고 소개하는 부분들이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노하우는 보이지 않고 다 뻔한, 한번쯤 줏어들어 봤을법한 내용들이다. 중국 천재가 된 홍대리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가 생각을 바꾸면서 성공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오히려 새로운 선입견들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꽌시 또 꽌시, 그놈의 꽌시예찬
꽌시는 관계라는 뜻의 중국어인데 우리말로 하면 인맥이 적절한 해석이다. 뭔가 필요한 일 있을때 도움줄 수 있는 그런 인맥이나 빽을 뜻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꽌시를 이해해야 하고 꽌시에는 얕은 꽌시와 깊은 꽌시가 있고 블라블라블라... 대체 누가 처음에 중국에는 꽌시가 중요하다고 했는지 한번 들어보고 싶다.
요즘 공기업 채용비리 밝혀지고 있는 꼬라지를 보면, 그놈의 꽌시는 한국에서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재벌과 정계 고위인사들부터 혈연으로 맺어져 있고 각종 사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일있으면 서로서로 싸고도는 이 썩은문화가 꽌시지 뭐겠나.
거래처나 다른 부서와 협업할때 직급별로 소통해야하고, 담당자 바뀌면 인수인계 받아야 다시 처음부터 설득하는 일 없고... 어차피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 대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에서 일할때도 마찬가지다. 꽌시꽌시 하는 소리를 들으면 한국땅 안밟고 중국에서만 살아본 사람이 '중국에서는 인맥이 중요하더라'고 말해주는 느낌이다.
중국에서 사업할때 현지사정을 알아야 하고 정부부처의 인맥을 통해 일을 해결해야 하는 그런 실정을 받아들여서 대응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화'인양 소개하고 중국인의 특징이 그런 부적절한 뒷구멍 관계만 중요시하는 것처럼 얘기하는건 납득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뒷돈 찔러주고 인허가받고 이런경우 허다하지 않은가. 그걸 다른말로 하면 부정부패, 또는 사라져야할 악습 '적폐'인 것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중국전문가 금탄영 박사는 아마 작가 본인을 모티브로 하고 아이의 이름을 따서 만든 캐릭터인 것 같은데, 열심히 뻔한 조언을 해주다가 마지막으로 [20대에는 사람을 쫓고 30대에는 일에 미쳐라] 라는 본인의 저서를 홍보하면서 막을 내린다. 내가 싫어하는 자기계발류의 서적이군...
이렇게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장황하게 썼음에도 이 책을 2권 끝까지 완독한 것은, '소설' 관점에서 나름 재밌게 읽혔기 때문이다. 중국문화 소개 이런건 별 도움 안되더라도, 사업에 어려움겪다가 어떻게 성공시킬지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중간에 리리랑 로맨스를 좀 더 넣어서 국제연애 코드를 삽입했더라면 차라리 재미는 배가되었을텐데.
뭐 이부분은 작가가 국제결혼한 케이스가 아니니 경험에서 우러나와서 쓸 순 없었겠지. 아무튼 '중국 천재가 된 홍대리'는 짧은 시간동안 쉽게 읽히는 책이었고, 나름 소설로 바꿔낸 출판사의 의도와 결과물은 훌륭하다고 본다. 주식이나 환율 분야로 홍대리 시리즈나 추가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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