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추천 와거 달팽이집 우리는 잘살고 있나?
중국 드라마 와거(달팽이집)를 총33화 완결까지 다 보았다. 정주행을 마친 중드는 연희공략 이후로 오랫만인듯. 다들 추천하는데는 그만큼 이유가 있네 역시. 중드 현대물 좋아한다면 꼭 한번 보면 좋은 드라마 와거 (蜗居 워쥐)
직장생활하랴 가사육아노동 하랴 아무래도 평소에 시간내기가 쉽진 않은데, 그 와중에도 틈틈히 봐서 끝내니까 뿌듯 ㅎㅎ 기념으로 포스팅도 하나 써본다.
와거는 현대물이다 보니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한번씩 생각할 질문을 던지는 여운이 있는 드라마이다.
※ 드라마 줄거리와 결말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 주의
와거를 정주행 완결하고 느낀점은 크게 세가지, 비리, 사랑, 삶 이다.
♠ 비리 : 겉만 번지르르한 송쓰밍(송사명)의 추악한 민낯
시장의 비서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송쓰밍은 겉으로는 탁월한 업무능력에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완벽한 공무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뇌물 받아쳐먹고 이권에 개입하는 썩어빠진 탐관오리였던 것.
(아무리 봐도 저 짙은 쌍꺼풀과 윗니미소는 너무 느끼하다)
그를 표적으로 삼은 당국의 비리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는 가운데, 손 서기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 그의 가치관을 나타내준다.
「물이 너무 깨끗하면 물고기가 살지 못하고, 사람이 너무 각박하면 친구가 없다」
어찌보면 우리들 살아가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원하지만, 도처에 만연한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태도로 은연중에 타협하진 않는가. 그런 것들이 모이면 송쓰밍처럼 크나큰 악이 되고 결국 선량한 다수의 인생을 좀먹는 것이다.
이에 손 서기는 관료로서의 자세를 송사명에게 훈계한다. 봉건 사회에서는 그저 황제의 뜻을 받들고 잘보이는 것이 최우선이었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시민을 생각하고 봉사해야한다 그게 공직자다.
(사람이 기본이라는 말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대통령 선거구호였던 '사람이 먼저다'가 잠시 떠올랐다. 부조리한 세상에 지친 국민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그 한마디가 결국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이지.)
약간 스카이캐슬 마지막화같이 인위적인 메타포 느낌도 있었지만, 담백하게 사회 비판을 풀어내는 이런 중국드라마 접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인상적이었다.
송사명은 종종 문헌을 인용하거나 어디서 주워들은 멋진 이야기를 곁들여서 상대를 설득하곤 하는데 이렇게 겉으로 입발린 소리 잘하는 인간일수록 속은 검은 구렁이같거나 교활한 경우가 많다.
눈앞의 상황에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이거저거 주서다 씨부릴뿐이지 정작 자신의 말과 행동은 하나도 안맞는 위선자들. 아직까지도 세상은 그런 사람이 드글드글하고 그런 놈들이 오히려 더 성공하고 위로 올라간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보상받는 공정한 사회는 언제쯤 올까. 언젠가 오긴 할까.
♥ 사랑 : 이라는 이름하게 저지른 잘못,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인생
언니 하이핑의 충고는 틀리지 않았다. 해조(하이자오)는 송사명과의 불륜으로 인생이 겉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뭔가 처음에는 애틋한 연인관계 같았지만, 나중에는 결국 남자가 준 집에 갇혀서 사육당하는 동물같은 신세다.
불륜의 말로가 다 그렇지. 송사명은 해조를 사랑하지만 결코 아내와 이혼은 하지 않겠다고 하며, 그러면서도 해조에게 나만 믿고 아이까지 낳아서 키우자고 한다.
멀리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뭘 어쩌겠다는건지 알 수가 없는데 불륜 당사자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로 그 상황을 뿌리뽑지 못하고 지뢰밭을 계속 내딛는다.
가장 불쌍한건 해조(하이자오)도 송사명도 아닌 바로 송사명의 부인. 그녀는 이혼하려고 했으나 결국 비리수사로 위기에 몰린 송사명을 구원해주기로 결심한다. 그래도 부부이고 함께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당신이 감옥에 가더라도 옆엔 내가 있을거다 라고...
부인은 송사명 구제를 위해 친정 엄마와 남동생의 집 판 돈까지 가지고 왔으나, 그 돈 절반 가량을 송사명이 해조에게 뱃속 아이 양육비로 갖다준 것을 알게 된다. (와 얼마나 빡칠지 상상도 안된다)
돈을 되찾으려고 해조 집을 찾아왔을때 자기가 그토록 갖고싶어했던 원목 식탁이 남편이 불륜녀에게 사준 집에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 수십년 한 가정을 뒷바라지만 하고 참고 살아온 댓가가 이런건가. 꼭지가 또한번 홱까닥 돌아간다.
송사명 부인은 해조와 몸싸움을 하다 해조는 쇼파에 부딪혀 유산이 되고 자궁적출까지 하게된다. ㄷㄷㄷ 모두에게 파국을 가져다 준 불륜. "우린 정말로 사랑해" 이 말이 가져올 결과를 일찍 알았더라도 그들이 만남을 계속했을까
언제나 그녀를 아껴주고 일편단심이었던 샤오뻬이(소패)를 배신한 해조는 그 순간부터 진정한 사랑으로 행복해질 자격을 박탈당한걸지도 모른다.
대단한 스펙과 조건이 아니더라도 깨끗한 과거, 화목한 가정, 원만한 성격을 가지고 자신만 바라봐주는 정상적인 사람 하나 찾기도 생각보다 쉬운일은 아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재고 자시고 하지말고 얼릉 잡는게 남은 인생을 값지게 보내는 길이지.
중국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재인데 와거에는 이런 민감한 주제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돈만 쫓는 현대여성과 가정이 있는데도 양다리 걸치려고 하는 남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다.
★ 삶 : 찬란한 네온싸인에 가려진 도시인의 고단함
사실 후반부로 갈수록 해조의 불륜과 송사명의 말로에 초점을 맞춰져서 그렇지 와거:달팽이집 이라는 드라마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는 하이핑(해평)이다. 애초에 와거는 해평 부부가 무리해서 대도시 생활을 시작한 후 겪는 고난과 갈등을 다룬 드라마니까.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던 대도시 생활.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따라갈 방법은 없고, 좁은 단칸방에서 근 10년을 살아낸다. 살았다가 아니라 살아냈다고 해야 맞을 그런 삶이었다.
비전없이 나를 좀먹는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반복하고, 돈 몇푼 아끼겠다고 저녁마다 국수 몇가닥으로 때우는 생활. 그렇게 해봐야 딱히 장미빛 미래가 있는것도 아니고 영원히 집도 살 수 없다.
애초에 처음부터 현금을 쥐고 집을 사서 투기하는 사람만 돈을 더 버는 것이지, 대출받아서 아둥바둥 그 판에 껴보려는 사람들은 결국 황새쫓는 뱁새 신세를 못 면하는 것이다.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는 한국과 너무도 흡사해서 더 많이 와닿았다.
웃긴건 해조의 불륜을 말리고 충고하는 언니 해평도 결국 송사명의 도움을 적잖이 받은 점이다. 물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면 역시 왠만한 사람은 다 타협하게 마련.
송사명 덕분에 좋은 집에도 잠시 살아보고, 새집 계약금도 마련하고, 해고한 악덕일본회사에 못받은 돈도 받아내고, 남편 쑤츈(소순)도 감옥갈뻔하다가 나오고, 여러모로 누린게 엄청나게 많다 ㅎㅎㅎ
해조랑 송사명 불륜 없었으면 아마 영원히 내집마련 못했을 수도 있겠다.
해조의 대도시 생활은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순 없었다.
엔딩에서는 마침내 자기 이름으로 학교도 세운 모습이 나오긴 하네. 꿈을 이루고 성공했는지 결과도 안 중요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하루하루 행복하게, 좋아하는 일,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 시간들이 나의 삶이고 한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살다보면 느끼는건데 모든 일에는 어느정도 때가 있다. 학창 시절에 가졌어야 할 친구, 추억. 사회에 나가 치열하게 부딪혀본 열정의 순간들. 가정을 꾸리고 가족과 함께 있어주는 것. 다 때를 놓치면 후회로만 남는 것들이다.
혹여 걸어온 길에 아쉬움이 남아있더라도 연연하지 말고,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 5년 10년의 발자취가 후회된다면, 앞으로의 5년 10년에 같은 생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금 무얼하면 될지 생각하면 되는거다.
와거 : 달팽이집 리뷰 끝.
+덧
조연으로 나온 마크의 미국식 농담들은 꽤나 재미있어서 와거를 보는 재미를 더해줬다. 혹시 해평과 마크도 불륜이 되는건 아닌가 조마조마했지만 다행이 선은 지킴. 마크는 해평을 좋아하는 눈치였지만 ㅎㅎ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대답이라면, 여기나온 마크처럼 살고 싶다. 월급 일반인 몇배로 받으며 외국에 주재원 외교관으로 나가서 사는 그런 삶이 부럽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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